설악동에서 마등령 삼거리에 이르다. (2015년 10월 3일)
어제 설악동 숙소에 도착하여 친구 와이프가 준비해온 연잎밥을 찌고, 아침 먹을 준비까지 해 놓았다. 새벽 두 시 일어나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점심을 챙겨 설악동 매표소로 갔다. 세 시 반, 깜깜한 밤중이라 헤드랜턴으로 불을 밝히고 가는 산객들이 줄을 이었다. 신흥사로 들어서는 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이 쏟아질 것같이 맑다. "하늘 좀 봐! 별이 쏟아지네."라는 내 말에, 친구들 모두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우리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동시에 똑같은 생각을 했다. 작년 가을, 깜깜한 밤에 아슬아슬한 절벽을 타며 봉화 청량사에 갔을 적 일을 생각해낸 것이다. 그때도 오늘처럼 이랬다. 이렇게 우리는 국립공원 100경 중 제1경으로 손꼽히는 공룡능선을 향한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백두대간 마루금 중 설악산 공룡능선은 마등령에서 신선대까지 5.1km 구간으로, 요동치는 암릉이 마치 공룡의 등뼈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공룡능선은 외설악과 내설악을 남북으로 가르는 설악산의 대표적인 능선으로, 공룡릉에서는 내설악의 가야동계곡과 용아장성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고, 외설악의 천불동계곡부터 동해 바다까지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룡능선의 경험 유무가 등산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나누는 기준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산을 좋아하는 우리 같은 산객들도 공룡의 등뼈를 타고 넘을 수 있게 되었다. 등산로를 잘 정비해 놓았기 때문이다.
3km 구간을 50분 남짓 걸어, 드디어 어둠 속에서도 웅장함이 느껴지는 비선대에 이르렀다. 조선시대 서예가 윤순이 초서로 쓴 '飛仙臺(비선대)'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우리는 해가 지기 전에 내려오면 볼 수 있기를 바라며, 마등령을 향해 가파른 오르막을 쉼없이 올랐다. 비선대에서 장군봉 계단을 오르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장군봉 사면에 등산객들의 헤드 랜턴 불빛이 줄을 잇고, 이곳의 된비알은 정말 숨이 막히게 가파른 구간이다.가파른 깔딱 고개라서 우리는 걸음을 늦출 수밖에 없다. 금강굴을 지나 얼마나 갔을까...하늘이 밝아오며, 건너편에서 공룡능선의 모습을 드러냈다. 여명이 밝아오면서 설악이 어둠을 벗고 웅장한 공룡릉을 보여준다. 일출과 함께 고혹한 빛을 발하는 설악의 풍경, '이래서 설악설악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눈앞에 병풍처럼 공룡능선이 펼쳐진 전망대에서 아침햇살을 받으며, 우리는 개천절 행사를 치렀다. 은수가 준비해온 태극기를 폏쳐들고 산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인증샷을 남긴 것이다. 이제부터 마등령까지는 끝없는 고행길이지만, 친구들과 함께 웅장한 공룡능선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잠시 힘든 것을 잊게 된다. 드디어 마등령 삼거리에 도착한 시간은 9시가 넘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설악동-비선대-마등령삼거리 6.5km, 5시간 40분 소요)
공룡능선 넘어 화채봉과 운무에 싸인 대청봉 그리고 중청봉까지 아스라히 보인다.
세존봉(맨 뒤 우뚝 솟은 봉우리, 바위 모양이 마치 부처님 얼굴 형상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
마등령 삼거리에서 바라본 장엄한 공룡능선
마등령에서 바라본 화채봉과 그 뒤쪽으로 보이는 대청봉 그리고 중청봉
마등령, 뒤로 보이는 암봉이 세존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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