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강산/제주도

한라산 4(윗세오름에서 어리목으로 하산)

blue violet 2015. 10. 31. 10:38

윗세오름에 도착, 어리목으로 하산 (2015년 10월 25일) 

 

윗세오름 대피소에 다다르니, 한라산을 지키는 까마귀들이 가을을 맞으러 온 산객들과 벗하여 한가롭게 놀고 있다. 우리도 점심을 먹고 쉬어가기로 했다. 주먹밥을 사왔기에 컵라면을 사려고 줄을 섰는데, 뜨거운 물을 받느라 대기하는 산객들이 많다. 나도 햇살 좋은 광장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아 느긋하게 라면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에 엽서도 쓰고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라면을 기다리는 동안 예전에 한라산을 등산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내가 처음 한라산을 찾았을 때는 영실 가는 길에 눈이 무릎까지 쌓였던 한겨울이었다. 그래서 영실휴게소에서 등산로가 묻혀버린 윗세오름을 가다가 포기하고 돌아왔었다. 그 이듬 해 가을, 동생과 함께 성판악휴게소를 산행 들머리로 하여 관음사로 하산하는 장장 8시간 산행을 하고, 그 이튿날 영실에서 어리목 코스로 내려오는 강행군을 했던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산에 대한 열정이 몸에 고스란히 배어 있어, 힘든 줄 몰랐다. 몇 년 후 돈내코 탐방로가 개방되었다는 말을 듣고, 바로 제주로 내려가 영실에서 돈내코 탐방로로 하산했는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었다. 윗세오름에서 남벽분기점으로 가는 길, 숲속에 숨어있던 노루 때문에 얼마나 놀랐던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그때도 날씨가 꼭 오늘 같이 청명했었다. (한라산 탐방코스는 어리목 탐방로-6.8km, 영실 탐방로-5.8km, 성판악 탐방로-9.6km, 관음사 탐방로-8.7km, 돈내코 탐방로-7km)

그렇게 한라산 사랑은 쭉 이어져, 오늘 가족들과 함께 영산 한라산을 또 찾은 것이다. 오늘은 단풍이 아름다운 영실코스를 산행 들머리로 택했는데, 웅장한 영실기암을 보며 윗세오름까지 오르는 것은 가을을 만끽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지친 일상을 모두 내려놓고 자연과 동화되는 이 기분이야말로 무엇과 비길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