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도솔천을 걷다. (2014년 7월 4일)
풍경 하나만으로도 시(詩)가 되는 곳, 미당 서정주의 고향인 고창으로 출발했다. 우리는 고창읍내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선운사로 향했다. 도솔천을 따라 깊숙이 들어서 끝까지 가면 나타나는 고즈넉한 산사, 그곳에서 선운사를 만날 수 있었다. 오래 전부터 선운사에 와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소망을 이루게 된 것이다.
왼편으로 냇물이 흐르고 그 주변으로 수백 년 된 버드나무들이 늘어서 있어 선운사가 오래 된 절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선운사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동백꽃과 선홍빛 꽃무릇이 피지 않는 계절이면 어떠랴. 초록물결 치는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녹음이 짙은 숲속으로 들어와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마냥 행복한 것을....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24년(577년) 승려 검단이 창건했다는 설과 신라 진흥왕(재위 540-576)이 창건했다는 설이 있다. 진흥왕이 창건 했다는 설에는 진흥왕이 왕위를 버린 첫날밤에 도솔산 기슭의 좌변굴(진흥굴)에서 잠을 자는데, 꿈속에서 미륵 삼존불이 바위를 가르고 나오는 것을 보고 감동하여 중애사를 창건한 것이 선운사의 시초라고 하지만, 삼국시대에 오랫동안 백제의 영토이던 전라도 서해안 지역에 진흥왕이 창건했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다고 한다.
선운사는 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로, 전성기 때에는 당우 189채, 암자 89개, 수행처 24개소에 3000여 명의 승려들이 불법을 연구하던 대사찰이었다고 하지만, 임진왜란 때 절집 대부분이 불에 탄 이후 중창되지 못하고 현재는 대웅보전, 만세루, 영산전, 명부전 등 절집과 도솔암, 동운암, 석상암, 참당암 등 4개의 암자가 있다.
도솔산 선운사 일주문
선운사 천왕문(天王門)은 2층 누각 건물인데, 아래층에는 4천왕상이 있으며, 위층에는 종과 법고가 있다.
선운사 만세루(전라북도 유형 문화재 제53호).
천왕문을 들어서면 있는 만세루(萬歲樓), 절의 창건 당시부터 있었던 건물로 지금까지 여러 차례의 중수가 있었으나 아직도 700년이나 된 기둥이 남아 있어 옛 자취를 느낄 수 있다. 건물의 기단은 석조로 세웠으며, 대들보와 기둥은 원목을 가공하지 않고 나무 형태를 유지하여 건축에 사용함으로써 자연적인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선운사 대웅보전(보물 제20호)
선운사 대웅보전(보물 제20호)
대웅보전은 선운사의 중심 전각이다. 임진왜란 때 불탄 대웅보전을 숙종 때 중건했는데, 단청하지 않은 채 빛바래고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기둥으로 써 더욱더 정감이 간다. 조선 중기의 건축물답게 섬세하고 다포의 짜임새가 장식적이다. 대웅보전 앞 돌계단은 거의 무너져 있어서 안타까웠다. 대웅보전, 정면 5칸의 맞배 기와건물 안에는 금동보살좌상(보물 제279호)이 있다.
금동보살좌상(보물 제279호)
선운사 6층 석탑(전북도유형문화재 제29호)
본래 9층탑이던 것을 복구하면서 6층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위로 올라갈수록 너무 급격하게 줄어들어 안정감이 없다.
영산전(靈山殿)은 대웅보전의 서쪽에 위치하며, 원래 이름은 장육전(丈六殿)이었다. 1471년 처음 조성될 때는 2층 전각 형태로 조성되었으나 1614년에 중건하면서 단층으로 바뀌었고 1821년과 1839년에 다시 중수하였다. 장육전이라 이름은 내부에 봉안된 불상이 1장 6척이나 되는 큰 불상이었기 때문이며, 거대한 불상을 봉안하기 위해서 2층의 누각 건물로 조성했던 것이다.
목조삼존불상(전북도유형문화재 제28호)
명부전(冥府殿)은 저승의 유명계(幽冥界)를 나타낸 전각으로, 원래는 지장보살을 봉안한 지장전과 시왕(十王)을 봉안한 시왕전이 별도로 있었던 것을 17세기 이후에 두 전각을 결합하였다.
관음전(觀音殿)은 대웅보전의 뒤편 동쪽에 위치해 있고. 내부에는 보물 제279호로 지정된 금동 지장보살 좌상과 최근에 조성한 천수천안 관세음보살 탱화, 그리고 오른쪽 벽에는 1991년에 조성한 신중탱화가 있다. 지장보살이 주존불(主尊佛)이므로 전각의 이름이 지장전, 또는 명부전이 되어야 하지만 특이하게 이 곳 관음전에 지장보살을 봉안하고 있다.
금동 지장보살 좌상
팔상전(八相殿)은 석가모니의 행적 가운데 극적인 여덟 장면을 그림으로 나타낸 팔상 탱화를 봉안하는 곳이다. 이곳에도 1706년의 중건 때 함께 봉안한 팔상 탱화가 있었으나 현존하지 않고, 현재는 1900년에 조성된 팔상 탱화 중 6점이 남아 있다. 석가여래좌상도 근래에 새로 조성한 것이며, 본존 뒤의 후불 벽화 역시 1901년에 조성된 것이다.
산신각(山神閣)은 1614년에 조성된 이후 여러 번 중수했다. 산신각은 불교가 도입되기 전부터 전해 오던 토착 신앙이 불교가 도입되면서 서로 융합되어 새롭게 산신 신앙으로 등장한 것으로 우리나라에만 나타나는 신앙 형태이다.
선운사 경내를 에워싸고 있는 수백 년 된 동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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