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노르웨이 3대 트레킹

노르웨이 쉐락볼튼 트레킹

blue violet 2017. 7. 9. 23:12

비바람을 맞고 쉐락볼튼 트레킹 (2017년 6월 25일)

 

아침에 일어나니 숙소 뒷산에 운무가 가득 차 있고,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오늘은 노르웨이 3대 트레킹 중, 뤼세 피오르 위로 솟아오른 쉐락(Kjerag, 높이 1084m, 왕복 12km)볼튼 트레킹을 하는 날이다. 시에라산에 있는 쉐락볼튼 뤼세 피오르 끝에 위치해 있고, 빙하가 갈라져 생긴 수직 절벽과 절벽 사이에 끼어 있는 계란 모양의 바위(높이 984m). 쉐락볼튼 트레킹 지점은 숙소에서 570m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면 나타나는 주차장에서 시작한. 간단하게 점심을 싸서 배낭에 넣고 쉐락볼튼 주차장으로 이동했다아홉시 반,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도 주차장에는 트레킹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도 비옷을 갈아입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산행을 준비했다. 산행 들머리부터 무척 가파른 오르막인데다 바위 산이어 진땀이 난다. 원래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날씨 탓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산행할 때마다 "산행하기 딱 좋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추워도, 비가 내려도, 햇살이 강해도 그 나름대로 즐긴다. 특히 안개비가 내리는 날에는 운무가 끼어 신비로운 산의 자태를 볼 수 있어 좋아한다. 하지만 오늘은 시시때때로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곤 하여, 비가 그치길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가끔 햇살이 나면 얼마나 반갑던지...  

 

 

 

 

쉐락볼튼 트레킹 지점

 


 

 

 

 

 

 

 

 

 

 

 

 

 

 

 

 

 

 

 

 

 

 

 

 

 

 

 

 

 

 

 

 

 

 

 

 

노르웨이 트레킹은 바위에 붉게 표시된 T마크만 잘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이렇게 T 표지석을 따라가면 된다지만,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야가 가려지는 순간엔 자칫 길을 잃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석을 따라 바위 산 세 개를 넘나들다보면 6km 지점, 작은 빙하가 나타난다. 빙하를 지나니 그  끝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 사이에 간신히 끼어 있는 계란 모양 바위가 희미하게 나타났다. 우리는 동시에 ~ 저거?”

 

 

 

 

 

 

 

 

 

 

쉐락볼튼에 도착하자마자 쏟아지는 비 때문에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우비를 입었지만 허벅지까지 젖어, 체온이 더 떨어지기 전에 돌아서야만 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잠시 서 있다가 결단을 내리고 돌아섰다.맑은 날씨 같으면 용기를 내어 쉐락볼튼에 올라가 천 길 낭떠러지에 서서 아찔한 인생 샷을 찍을 수도 있고, 계란 바위 아래가 얼마나 깊은 곳인지, 뤼세 피요르드가 얼마나 투명하고 아름다운지 느낄 수 있었겠지만.... 그런 아쉬움이 남았다. 

 

 

 

 

 

 

 

 

 

 

 

 

 

 

 

 

 

 

 

 

 

 

 

 

 

 

 

 

 

 

 

 

 

 

 

 

 

 

 

 

 

 

 

 

 

 

 

 

트레킹 하는 동안 한국인을 볼 수 없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처음으로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이 깊은 산중에서 한국사람을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그 분들은 어제 트롤퉁가 트레킹을 했는데, 22km 걷는 내내 비가 내려 엄청 힘들었다고 했다. 12km 트레킹도 우중에는 이렇게 힘든데 트롤퉁가 트레킹 하는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간다. 아마 그 분들은 쉐락볼튼 정상에서 햇살에 비친 뤼세 피오르를 감상하였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 후로 날씨가 점차 개었으니까....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아, 트레커들이 많지 않다. 하산하는 길에 갈 때 만났던 양들을  만났는데, 양들마저 반가웠다. 휴식 시간 없이 트레킹을 하여, 우리는 다섯 시간 만에 쉐락볼튼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세 시쯤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그 즈음 거짓말 같이 햇살이 내려쬐었다. 오후에는 날씨가 갠다고 하더니 진짜 비가 그쳤다. 추위에 떨었던 우리는 전망 좋은 카페에 들러 따끈한 차 한 잔으로 몸을 녹이고 스타방게르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