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둘째 날, 로마 콜로세움으로...
오늘은 첫 목적지가 콜로세움과 개선문. 아홉시 정도 떼르미니역에 가서 지하철을 타고 원형극장으로 향했다. 로마는 워낙 오래된 유적지가 많아 훼손될까봐 지하철을 만들지 않고 보수공사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노선이 두개밖에 없는데다 보수를 하지 않아서인지 무척 낡고 어둡고 칙칙하였다. 일찍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서둘러 출발하였는데도 콜로세움 원형극장을 입장할 때는 줄을 오랫동안 서서 입장해야만 하였다.
원형극장은 중세의 복 받은 시민들의 오락시설이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로 올라가 원형극장 전체를 볼 수 있었는데, 많이 훼손되어 있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앉아 있었던 스탠드는 형체가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원형극장 전체가 잘 잡히지 않아 최대한 뒤로 이동을 하여 사진을 찍었다. 맨 아래 원형경기장을 입장하려고 서 있는 사람들 좀 보라. 경기장의 규모가 얼마나 큰 지...
콜로세움 안, 한꺼번에 5만 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곳.
콜로세움 안에서 바라본 개선문
로마의 개선문
포로 로마노로 가는 길
포로 로마노는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대로마제국의 심장과도 같은 곳, 고대 로마 제국의 공화정이 있던 포로 로마노. 지금은 대부분 허물어 졌지만,훼손된 기둥이나 벽을 보고 있노라면 그 규모가 어마어마 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폐허와 잔해만 남아있는 그 곳에서 옛 영화와 그리고 몰락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폐허 뒤에 트라야누스 황제의 기념 원주가 보이고, 전쟁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팔라티노 언덕으로 향했다. 1000년 넘는 로마의 역사를 지탱하고 고대 로마의 정치, 종교, 상업의 중심지인 동시에 이곳은 전쟁에서 승리한 황제가 개선식을 치르던 장소였다고 한다. 지금도 발굴이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팔라티노 언덕은 전체를 돌기에는 무척 긴 거리였다. 그래서 신전과 성당 등이 있는 언덕을 올라 한 바퀴 돌고, 개선문 쪽으로 내려왔다.
팔라티노 언덕 위에 있는 외롭게 서 있는 나무 한그루
캄피돌리오 광장.
고대 로마의 기원이 된 7 개의 언덕 중 하나인 캄피돌리오 언덕에 세워진 광장이다. 별 모양인 기하학적 무늬가 바닥에 그려져 있는 캄피돌리오 광장은 미켈란젤로가 설계를 하여 더욱더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세 개의 궁전으로 둘러 쌓여있고 바닥은 아름다운 기하학적 무늬의 모자이크가 있다. 그리고 가운데 청동기마상이 기세등등하게 서있었다.
코스메딘 산타마리아델라교회 입구의 벽면에 있는 '진실의 입'을 보러 갔다. 로마의 휴일에 나왔던 <진실의 입>, 진실을 심판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얼굴 조각상. 거짓말을 한 사람이 입 안에 손을 집어넣으면 손이 잘린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왔던 터라 더 유명해진 곳, 그래서 우리도 한번 가보기로 했다. 오전 내내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그리고 팔라티노 언덕까지 몇 시간을 걸었던 터라, 발걸음이 무거웠다.
오랫동안 걸어서 찾아간 '진실의 입'은 교회의 주랑 안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오드리헵번처럼 손을 넣고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린 오랫동안 기다리는 대신, 철창 안에 손을 넣고 이렇게 사진만 찍고 돌아섰다.
로마에서 처음 방문한 산타마리아 성당, 조그맣고 아늑한 성당이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성가대가 합창을 하고 있었다. 마치 우리를 반기는 듯이.. 콜로세움에서부터 팔라티노 언덕, 포로 로마노를 오랫동안 걷고 난 후,성당 입구까지 몇 시간을 걸었던 터라 조금 지쳐 있었는데, 성당의 아늑한 분위기에 기도를 하며 심신이 편해졌다.
산타마리아 성당
큰딸이 온전히 엄마를 위해 에어텔 티켓을 예약, 유로 패스 한장을 갖고 유럽여행을 함께 가자고 하여, 난 그 때, 아무런 준비 없이 선애 등에 업혀 훌쩍 떠났었다. 그게 벌써 3년 전 일이다. 준비 없이 떠난 유럽 여행에서, 나날이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커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딸은 얼마나 몸과 마음이 바빴을까... 마음이 들떠 좋아하기만 하는 철없는 엄마를 대신하여, 여행 일정을 짜고 또 여행지 정보를 수집하고, 맛있는 음식점이나 꼭 들러야 할 카페를 찾느라 밤잠을 설쳤을 텐데... 고맙고 또 고맙다.
3년이 지난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때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중세유럽의 화려한 역사를 직접 보고 느끼며 전율을 느꼈던 로마에서의 추억. 자연이 정말 아름다운 스위스 인터라켄에서의 달콤한 휴식, 그리고 세느강을 거닐며 자유를 만끽했던 파리에서의 하루, 딸과 함께 했던 짧은 여행의 추억만으로도, 오늘도 난 충분히 행복하다.
(2008년 2월 4일 로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