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인터라켄 서역에 도착, 융프라우요흐로 출발!
밤새 잠을 설치고 로마에서 출발한 이튿날 7시 20분, 스위스 인터라켄 서역에 도착하였다. 멀미를 하여 고생을 하였는데, 와~~ 땅을 밟으니 살 것 같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는데도 깨끗한 도시임이 한눈에 보였고, 새벽공기가 정말 좋았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눈 쌓인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 엊저녁의 힘들었던 기억을 싹 잊게 해주었다.
우린 우선 호텔을 찾아 짐을 맡기고, 우선 아침부터 먹기로 하였다. 호텔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홍아저씨 한국식당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았는데, 역시 문이 잠겨 있었다. 점심식사 이후부터 저녁식사를 하는 시간만 문을 연다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그래서 저녁 식사를 그곳에서 하기로 하고, 우린 돌아오는 길에 카페에 들러 차를 한잔 마시기로 하였다. 핫 초코를 시켰더니 우리나라 핫 초코랑 맛이 비슷하여, 오랜만에 부드럽고 맛있는 핫 초코를 마셨다. 따끈한 핫 초코 한잔으로 선애와 나는 허한 속을 달랬다.
호텔로 돌아와 융프라우요흐에 있는 ‘탑 오브 유럽’에 올라가는 산악열차를 탈 수 있는지 물었다. 프론트 옆에 영상화면이 나타나는 곳에 융푸라우요흐 정상이라며 갈 수는 있지만 눈이 내리고 있어 시야가 흐릴 것이라고 하였다. 화면에 비친 정상 풍경은 뿌옇게 흐려 있어 전혀 보이지 않아 잠시 고민하였지만, 그래도 우린 산악열차를 타기로 하였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라우터브룬넨행 열차를 탔다. 창밖으로 보이는 나지막한 집집마다 예쁘게 장식을 해 놓았다. 어마어마한 산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였다. 하얀 눈이 얼마만큼의 깊이로 쌓여있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가슴이 떨렸고, 그 순간 무지개가 나타났다. 햇살이 비치는 쪽으로 옮겨가며 계속 무지개가 옮겨다니는데, 감동이었다. 우리나라에선 도저히 볼 수 없는 그런 빛깔의 아름다운 무지개... 꿈에서나 볼 수 있는 투명한 무지개.
라우터브룬넨행 열차에서 내려, 번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출발하는 빨간 산악열차를 탔다. 온통 눈으로 하얀 세상이다. 스키어들이 많았다. 올라가면서 다행히 비는 그쳤고, 하늘이 온통 뿌옇지만, 그나마 간간이 햇빛을 비추었다. 3454M 정상에 오르니 눈발이 거세어 눈 앞 광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조금 비싸지만 우린 크리스탈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점심식사를 하였다. 가격이 장난이 아닌 연어요리를 주문하였는데, 예술적인 맛이라 그리 사치스런 가격이 아니란 생각을 하였다. 사실 우린 한국을 떠나오기 전, 각 나라의 유명한 음식을 한 끼는 꼭 근사하게 먹기로 하였다. 그런데 집 떠나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가장 그리운 것은 흰 쌀밥에 김치였다. 이런 토종 한국인. 오랫만에 연어요리에 볶음밥이 곁들여져 나와, 호사스런 식사를 하였다.
융프라우요흐 정상 전망대
이후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고산증에 정신을 차리지 못함~ (2008년 2월 6일)
2월 7일, 스위스에서 프랑스 파리로 출발하는 날이다. 호텔 레스토랑으로 가니 우리가 그리워하던 흰밥과 미소국이 있지 않은가!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서둘러 인터라켄 서역으로 갔다. 호텔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정말 앞뒤로 둘러싸인 산이 눈이 남아 있고,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인터라켄 서역, 기차를 타러 플랫폼에 나갔는데, 한국에서 여행 온 모녀를 만났다. 자유여행을 하다보면, 어디서든지 한국 사람을 만나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우리와 비슷한 일정으로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모녀는 쉴튼호른에 올랐다고 하였다.
인터라켄에서 베른을 거쳐서 파리로 가야하는데, 베른까지 가는 길은 정말 환상이었다. 인터라켄의 뜻이 ‘호수의 사이’라는데,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왜 ‘인터라켄’이라는 지역명이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넓고 깨끗한 호수...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래서 난 3년이 지난 요즈음도 간혹 잠이 오지 않을 땐 난 늘 툰 호수를 생각한다. 일등칸에 여유 있게 앉아 바다 같은 호수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호수 너머 예쁘게 지어진 통나무집들이 그림 같았다. 인터라켄의 동쪽 호수인 툰호, 왼쪽호수 이름은 브리엔트호, 겨울엔 유람선을 탈 수 없어 눈에 마음에 담아올 수밖에 없었다. 정말 스위스는 계절이 다른 시즌에 꼭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나라, 그 땐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돌아보고, 가보지 못한 쉴튼호른에 오르고 싶다. 쾌청한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