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강산/강원도

인제 원대리에 있는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에 가다.

blue violet 2014. 10. 19. 13:47

새하얀 수피 끝에 노랗게 물들어 가는 단풍,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에 가다. (2014년 10월 9일)

 

주차장에서 한 시간 가량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짠’하고 나타나는 자작나무숲, 그 새하얀 수해(樹海) 속으로 쑥 들어섰다. 약 20m 높이로 자라는 자작나무는 하늘로 뻗은 가느다란 가지와 하얀 수피가 청순한 여인을 떠올리게 한다. 멀리서 군락을  바라보면 눈높이에서는 온통 순백의 수피만 보이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온통 노란 단풍이 바람에 하늘거린다.  

자작나무는 가녀린 생김새와는 달리 추위에 강한 교목으로 따뜻한 지방에서는 자생하지 않기 때문에 한반도에서는 북쪽의 깊은 산에서만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만나는 자작나무는 수십 년 전에 식재된 것이다. 원대리의 자작나무숲은 1990년대 심은 자작나무가 성장해,여행자들의 힐링 장소가 되었다. 2012년에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라는 이름도 붙여졌다.     

혼례를 할 때 '화촉을 밝힌다'고 한다. 화촉은 빛깔을 들인 밀초인데 전기가 없을 때 어두워진 신방을 밝혀주는 도구였다. 흔히 혼례식에서 사용되었는데, 그 화촉의 원재료는 바로 자작나무였다고 한다. 자작나무 표피는 종이처럼 얇게 벗겨지는데다 기름기가 많아 불에 잘 타는데, 연소될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내서 '자작나무'라고 불린다고도 한다.

 

 

 

 

 

 

 

 

 

 

 

 

 

 

 

 

 

 

 

 

 

 

 

 

 

 

 

 

 

 

 

 

 

 

 

 

 

 

 

 

 

 

 

 

 

 

 

 

 

 

 

 

 

 

 

 

 

 

 

 

 

 

 

 

 

 

                                     평안도 출신의 시인인 백석, 길상이 사랑한 백석은 '백화'(白樺)라는 시에서

                                     산골 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라고 노래했다. 아마도 그의 고향에는 자작나무가 지천이었던 모양이다.

 

 

 

 

 

 

 

 

 

 

 

 

 

 

 

 

 

 

 

 

 

 

 

 

 

 

 

 

 

 

 

 

 

 

 

 

 

 

 

 

 

       자작나무 숲에는 자작나무 목재를 활용해 만든 벤치와 그네가 있는 자그마한 쉼터가 마련돼 있다.

       음악회가 벌어지는 무대와 숲속 교실도 설치돼 있다.

 

 

 

 

 

 

 

 

원대리에서 홍천 대명리조트까지 오는 길은 정말 멀고도 먼 느낌이 들었다. 원대리에서 숙소까지는 한 시간 반 거리인데, 인제에서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저녁식사 시간도 늦은데다 밤 운전이라 두 배 이상 멀게 느껴졌다. 숙소에 도착하니 피로가 싹 가시는 듯하다. 우리는 첫 날 일정을 잘 마무리하고, 내일 가리산 산행 생각을 하며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