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blue violet 2015. 6. 7. 00:13

짧은 기간이었지만 긴 여운이 남는 류블랴나를 떠나는 날 (2015년 5월 24일)


류블랴나에서 2시 45분 기차,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호텔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기차역으로 갔다. 기차역에 반가운 모녀 여행객을 만났다. 류블랴나 시가지를 둘러볼 때 옆에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우리나라 여행자, 우리처럼 딸과 엄마가 같이 와 한번 더 눈길이 갔던 팀이다. 기차가 연착되어 잠시 기다리는 동안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자그레브로 입국하여 그곳에서 여행했던 이야기, 블레드에서 2박을 했는데 계속 비가 와서 힘들었다는 이야기, 음식이 맞지 않아 지금도 야채를 한묶음 사서 갖고 다닌다는 등등 이야기를 하며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자그레브행 기차는 연착이 되어 3시 10분쯤 출발하였다. 류블랴나 플랫폼은 우리나라 70~80년대 기차역과 흡사하였다. 플랫폼에 정차 칸이 써 있지 않아 뒷쪽에 서 있던 승객들이 기차가 들어오자 일제히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뛰기 시작하는데, 우리도 덩달아 뛰게 되었다. 2등칸을 예약했던 우리는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그 짧은 시간에 질주하여 2등칸 좌석을 찾아 앉았는데, 마치 오래 된 서부영화에서나 보는 진풍경을 연출하게 되었다. 비가 그친 후 유난히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계속 강을 따라서 이동했다. 한칸에 6인실인데 자그레브역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는 한칸 전체를 사용할 수 있어, 아주 편히 이동했다.



류블랴나역















5시 40분쯤 자그레브 역에 도착했다. 기차를 타고 오는 동안 청명한 날씨였는데, 자그레브역에 도착하니 잔뜩 찌푸린 하늘이다. 우리는 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숙소에 체크인하고 잠시 쉬었다가, 성 마르코 성당에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천천히 걸어서 반 요셉 옐라치치 광장으로 갔다. 광장에서 왼쪽 가파른 언덕을 20분 남짓 걸어 올라가면 성당에 도착하는데, 해질녘인데도 관광객이 많았다. 성마르코 성당은 흰 건물 위로 붉은 색과 푸른 색 등, 아름다운 타일 모자이크로 지붕을 한 예쁜 성당이다. 13~14세기에 걸쳐 건축된 고딕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로, 지붕 우측은 자그레브 문양이며, 좌측은 크로아티아 문양을 상징한다. 성당 내부에는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유명한 이반 메스토리비치의 조각 작품이 있다고 하는데, 현재는 일반 관광객은 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 외관만 보고 내려와야만 했다.


 








 

                            자그레브 여행의 중심지인 옐라치치 광장은 세계 2차 대전 이후 공산주의 권력에 의해 '공화국 광장'

                            이라 불리다가 크로아티아가 유고연방에서 분리된 후, 지금의 이름을 되찾았다. 옐라치치 광장 중앙의

                            기마상은 184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침입을 물리친 전쟁영웅 옐라치치를 기리는 것이다.









                                     자그레브 대성당 첨탑이 보인다.


                                

성마르코 성당은 자그레브 대성당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지붕을 덮은 아름다운 색감의 정교한 타일 장식은 매우 독특하다. 13세기에 건축됐지만 지붕의 타일 장식은 19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왼편 휘장은 당시 분리돼 있던 달마티아, 슬라보니아, 크로아티아 지역을, 오른편의 휘장은 자그레브를 상징하는 문장으로 주변 강국의 억압에 맞선 네 지역의 통합 의지를 상징해 표현했다고 한다. 사진을 보니 '해가 지기 전이나 조금 맑은 날씨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밤이면 이곳 성 마르코 성당 앞에서 쏟아지는 별빛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ㅠㅠ 









미술관





 

성 마르코 성당에서 내려오는 길에 1930년에 오픈한 재래시장, 도라츠 시장 구경에 나섰다. 오늘은 노점상에서 예쁜 꽃들을 많이 팔고 있었다. 상점을 지나다 보면 여행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파는 가게들도 많이 기웃거리게 된다.


 

자그레브 대성당에서 스톤게이트로 가는 길목에 있는 트칼치체바 거리는 자그레브의 정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자그레브 젊은이들, 특히 독특한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한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곳,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을 구경하며 부슬비 내리는 트칼치체바 거리를 걸었다. 오는 길에 트램을 타지 않고 걸어서 숙소까지 왔는데, 하룻동안 걸어서 이동한 시간이 길어, 식사는 호텔에서 하기로 했다. 소금을 전혀 넣지 않고 주문한 문어요리와 생선 요리는 탁월한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