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2016년 9월 20일)
오래 전부터 스위스 트레킹을 준비하면서, 나는 베르너 오버란트를 중심으로 하는 지도를 놓고 트레킹 코스를 익혔다. 또한 청정마을 체르마트에서의 트레킹 일정을 계획하며 출퇴근길이면 그 일대가 나타난 지도가 낡을 정도로 보고 또 보았다. 그래서 실제 스위스에 도착하여 알프스 트레킹을 할 때, 그 곳이 어느 곳이던지 낯설지 않았다.
스위스에 와서 트레킹 하는 열흘 간, 짧다면 짧은 여행기간이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힐링하는 시간이었다. 아름다운 자연은 옹졸했던 한 사람을 너그럽게 만들고, 이곳에서 느끼는 자유는 삶을 풍요롭게 한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두 딸과 함께 아름다운 알프스에서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오늘로서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전과 같이 출퇴근길에 시달리고, 회사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순간순간마다 행복했던 트레킹을 떠올리며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거, 묀히 그리고 융프라우를 바라보며 걸었던 알멘휴벨 트레킹과 멘리헨에서 시작되는 산허리를 끼고 돌아가는 운무 트레킹, 그리고 리펠베르그에서의 행복했던 눈길 트레킹, 그 어느 곳을 가나 우리를 맞는 알프스는 감동을 주었다.
아늑하고 작은 마을, 그린델발트에서의 추억 또한 잊지 못할 것이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미소로 대하는 트레커들 또한 오래도록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눈이 시리도록 맑은 날, 피르스트에서 바흐알프제까지 왕복 트레킹을 하고, 그 이튿날 웅장한 아이거 북벽을 바라보며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알피글렌까지 걸었던 기억 또한 눈에 선하다.
체르마트에서의 여행 이틀째, 새벽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온 산에 하얗게 내려앉은 겨울을 보고 우리 모두 감동했다. 알프스의 겨울은 예고 없이 우리에게 성큼 다가와 마음을 설레게 했다. 부슬비가 내려 더 촉촉해진 핀델른에서 체르마트까지 우리는 태고의 숲길을 걸으며 참 행복했다. 트레킹 마지막 날, 고르너그라트에 올라가 마테호른을 대하고 감격하여 발길을 뗄 수 없었던 그 날을 또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마테호른이 투명하게 반영된 리펠제를 바라보며 트레킹 하며 가슴 벅찼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내게 있어 여행이란, 행복한 삶이다.
이번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 이번 여행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 여행의 시작점이라 생각하고 싶다. 다음 여행지는 노르웨이의 자연 속에 빠져보고 싶다. 내년 여름에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송네피오르드, 그곳에서 행복한 삶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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