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하게 내린 장맛비로 홍릉 수목원 꽃은 모두 녹아내리고.(2011년 8월 14일)
머리가 희끗희끗해졌으니
나의 마음은
쓸쓸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마음은 아주 편안하다.
사랑도 미움도 없고 슬픔도 기쁨도 없다.
색깔과 소리마저도 없다. 아마 늙었나 보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졌으니 분명 늙은 것이 아닌가?
손이 떨리고 있으니 분명한 일이 아닌가?
내 청춘이 벌써부터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내 어찌 모르고 있으랴?
- 루쉰의《한 권으로 읽는 루쉰 문학 선집》중에서 -
오늘 아침 이 글을 읽으며, 아주 오래 전 엄마가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오래 전, 엄마께서 그러셨다. 젊었을 때 여행도 자주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그러라고... 나이가 들면 아름다운 풍경을 봐도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고, 맛있는 것을 먹어도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생각을 해봐도 엄마 말씀이 생각나 마음이 짠했다.
아침에 이 글을 읽으면서 불현듯 엄마 생각이 났다. 그래서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서둘러 엄마한테 전화했다. 수화기 너머로 엄마의 기운 없으신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지 않아도 전화를 한 번 해보려고 했는데...”라고 하시는 엄마의 애잔한 음성. 난 엄마 기분을 전환해드리려고 한별이 이야기를 했다. 막내 남동생이 딸을 낳아 가보았더니 얼마나 예쁜지 세상에 그렇게 예쁜 아기는 처음 보았다고 말씀드렸다. 엄마도 보시면 진짜 좋아하실 거라고 했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점점 감정이 무뎌져 ‘아~ 정말 예쁘다’라는 느낌이 전해지지 않는다"라고... 수화기 너머로 쓸쓸함이 묻어났다.
내 고향은 충청도 서산, 여름이면 태안반도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 인파들로 붐비는 곳. 지난 주부터 ‘부모님을 찾아뵈어야지...’라고 마음먹었으나 또 못가고 말았다. 곧 찾아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