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거문오름 분화구 속을 걷다. (2014년 10월 4일)
여행을 갈 때면 늘 여행지로 정해진 곳을 찾아서 익히고 가는 편인데, 이번 제주도 여행은 단순히 목적지만 정하고 훌쩍 떠났다.
여행 둘째 날 성산 일출봉과 다랑쉬오름 그리고 거문오름을 둘러볼 계획이었는데, 새벽부터 서둘렀더니 게획한 대로 둘러 볼 수 있었다. 우리 마음을 사로잡은 다랑쉬오름을 뒤로 하고, 거문오름 앞에서 점심을 먹고 탐방 예약시간에 맞추어 탐방하기로 했다.
거문오름을 탐방하려면 인터넷 사전예약을 하고, 지정된 탐방시간에 자연유산해설자를 따라 탐방해야만 한다. 거문오름 안내소에서 친절한 해설사로부터 주의사항을 듣고, 오름으로 들어섰다. 오름 초입부터 잘생긴 해송, 삼나무와 측백나무가 하늘을 모두 가린 채 빽빽이 들어서 있다. 산정부까지 올라가는 길은 처음에는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고 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한동안 울창한 숲길을 따라 걷게 되는데, 이곳이 기생화산으로 이루어진 오름인지 일반 산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산 정상에 서면 커다란 화구가 깊게 패어 있고, 그 안에 울창한 숲이 있으며 작은 봉우리가 솟아올라 있는 복합형 화산체다.
거문오름은 높이가 456m, 둘레가 4,551m로, 북동쪽으로 크게 터진 말굽형 화구로 이루어져 있다. 거문오름은 지역주민들 사이에는 거물창(거멀창)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숲으로 덮여 검게 보인다 하여 '검은오름'이라 부르고 있다. 하지만 학자들 사이에는 '검은'은 '神'이란 뜻의 고조선시대의 '검'에 뿌리를 두는 것으로 '신령스런 산'이라고 풀이한다고 한다.
제주 선흘리 거문오름은 한라산의 기생화산으로, 신생대 3기와 4기에 형성되었다. 오름이 형성될 당시 흘러나온 용암류가 경사를 따라 북동쪽 방향으로 해안선까지 내려오면서 김녕굴, 만장굴 등 20여 개의 동굴을 만들었으니, 거문오름은 이 용암동굴들의 구조를 완성시킨 근원지로서 큰 가치를 갖는다고 한다.
분화구는 깔때기처럼 움푹 파였으며 낙엽수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2005년 1월 전국 최초로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 444호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제주도 자연유산지구 학술조사에 따르면 선흘리 거문오름 주변에 발달된 용암동굴의 규모와 연장 길이 동굴 생성물 등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확인된 바 있다.
학술적·자연유산적 가치가 매우 높아 2007년 6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분화구 안에는 숯가마터와 초막터 등 사람이 살던 흔적이 남아 있고, 제주 4.3 사건(1947년)의 아픈 추억을 간직한 동굴도 있고, 오름의 정상 근처에는 일본군 갱도진지와 주둔지 흔적들이 있다. 일본군 108여단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연합군의 한반도 상륙 작전에 대비하기 위하여 거문오름을 근거지로 하여 병참기지를 세웠다고 한다.
중앙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분화구 중심
일본군 갱도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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