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네 샤이덱에서 알피글렌 트레킹 (2016년 9월 15일)
오늘 우리가 걷는 이 길은 융프라우요흐 가는 길목에 있는 트레킹 코스 일부이다. 융프라우요흐는 정상이 아니라 두 개(아이거, 융프라우)의 산봉우리 사이의 이음새다. 산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 경사가 25도에 이르는 곳도 있다는 융프라우 철도는 1896년에 착공하여 16년 만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융프라우요흐에는 1996년 오픈한 스핑크스 테라스(3,571m)가 있고, 360도 어느 방향에서든지 알프스의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또한 알레치 빙하 아래에 위치한 얼음궁전은 1934년 탄생했다. 두 산악인에 의해 만들어진 이 얼음궁전의 내부는 아치형 지붕 아래 얼음으로 깎아 만든 야생동물로 가득 차 있다. 8년 전 처음 스위스에 왔을 때 얼음궁전에 가서 멋진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 고산증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융프라우요흐에는 가지 않고, 아이거글래쳐역(2,320m)에서 내려 아이거 북벽, 묀히봉을 바라보며 하이킹을 할 계획이었다.
융프라우, 베터호른, 그로쎄 샤이덱의 웅장한 풍경을 바라보고, 아이거 북벽 아래를 걸으며 스릴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자연에 순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도저히 아이거글래쳐역에서 트레킹을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우리는 서둘러 열차를 타고 클라이네 샤이덱(Kleine Scheidegg, 2061m)으로 내려와, 그곳에서 알피글렌(Alpiglen, 1614m)까지 두 시간 남짓 트레킹을 했다. 알피글렌까지의 하이킹은 지금까지 걸은 어느 트레킹 코스보다 편안한 길이었다. 1,600m에 이르는 웅장한 아이거 북벽은 운무가 걷힐 때마다 살짝 엿볼 수 있었는데, 그것만으로도 매우 행복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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