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같은 호수, 톤레샵 호수로...(2009년 3월 2일)
오늘 일정인 앙코르 와트와 앙코르 톰을 둘러 본 후, 늦은 오후 톤레샵호수로 일몰을 보러 이동하였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호수, 배를 타고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라 믿기지 않는 곳. 이곳은 열대 몬순 기후이기 때문에 우기 때에 비해 건기때엔 호수의 크기가 1/3로 줄어든다고 한다.
선착장에 도착한 우리는 우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심하였다. 사진에서만 보던 난민촌의 풍경보다, 실재로는 훨씬 더 열악한 환경이어 깜짝 놀랐다.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들, 정말 속을 울렁이게 하는 악취, 이런 곳에서 과연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수상가옥에 사는 사람들의 80%는 '보트피플'이라 불리는 베트남 난민들이라고 한다. 70년대 중반에 시작된 베트남 전쟁시에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캄보디아로 피난 와서 톤레삽호수에 정착한 것. 월남전 당시 전쟁을 피해 이곳으로 흘러들어온 베트남인들은, 베트남 전쟁 당시 공산군이었던 월맹이 월남을 통일하게 되자 민족의 반역자로 몰려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어, 이곳 수상가옥촌에 그대로 머물며 생활한다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오염된 물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 호수의 물을 사용해 식생활을 모두 해결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위장병을 비롯해 피부병, 두통, 설사 등의 질병을 앓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또한 이 호수에는 많은 어종의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어 캄보디아 사람들의 주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고 하니...
망망대해 같은 호수를 따라 배로 이동하는 중...
그 아름답다는 톤레샵 호수의 일몰은 볼 수 없었다.
두꺼운 층으로 드리워져 있던 구름이 햇님을 삼켜버렸기 때문에
톤레샵 호수에 사는 사람들을 보고 오면서,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하러 갔던 배우 김혜자씨가 한 말이 생각났다. 낮에는 난민촌을 돌아보고, 밤이면 호텔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이 정말 싫고, 그렇게 위선적일 수가 없었다는 말. 세상에 이런 고통스런 삶이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아온 내가 죄인이라고 울며 괴로워하면서도 푹신한 침대가 편안하게 느껴지는 ‘몸 따로 마음 따로’인 자신이 정말 싫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난 톤레샵 호수를 뒤로 하고 돌아오면서 그동안 욕심을 부리고 살아온 나를 반성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또 일상으로 돌아오면 쉽게 잊고 살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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